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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전부인가요?”

“네? 네.”

“…모험가로 계속 살아도 됐을텐데, 여전히 가문에 충성심이 깊네요.”

“그게 이 서재까지 와서 하고 싶은 말이에요?”

스와렌. 그는 한때 마지막이자 지금은 선대 가주로 남은 퍼디지의 유일한 하인이었다. 자신의 주인이 사념 마저 세상에 남아있지 않음을 깨닫곤 이슈가르드를 떠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엔티타스는 그를 전혀 몰랐다. 애초에 만난 적도 없고, 안다고 한들 그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그렇기에 그가 어떻게 행동할지 예상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두 사람 사이를 연결할 수 있는 건 누군가에겐 어머니이자, 누군가의 주인이기도 한 퍼디지. 그가 마지막까지 있던 장소가 두 사람 사이에 유일한 연관점인 것이다.

“아무래도, 좀 듣고 싶거든요. 왜 여길 다시 돌아오려 했는지. 애초에 이곳이 싫었다면 다신 돌아올 생각 조차 안 했겠죠. 정 제가 궁금했더라도 다시 사용인이 될 거란 말은 하지 않았을거고.”

“뭐… 저한테는 아픈 기억의 장소라 좋진 않지만, 싫은 것도 아니니까요! 이젠 털어낼 수도 있고. 그러니까… 다시 돌아온 이유요.”

말을 나누면서도 엔티타스는 그의 등 뒤에 있는 붓을 바라보았다. 모험가로 산다는 말은 본인이 와서 직접 말 해줬지만, 설마 픽토맨서를 계승했을 줄 알았을까. 저 정도면 정말 가문으로 돌아오는게 더 디메리트가 크다고 생각하는데.

“여행하는 건 즐거웠어요. 넓은 세상도 볼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도 만나보고요. 먹고 사는게 힘든 것도 아니었긴 한데… 있죠, 도련님… 그러니까, 가주님은 어릴 적에 주인님과 헤어졌다고 했죠.”

“…그런 셈이죠. 기억하게 된 건 성인이 된 후였지만요.”

“솔직히 말할게요. 전 당신을 질투했어요. 부럽기도 했고요. 저는 부모도 무엇도 없이 살다가 운좋게 주인님을 만난건데… 제가 그 분과 지낸지 좀 되고 나서부턴, 계속 당신 이야기만 하셨거든요. 저는 주인님이 제 부모이자 가족이기도 했는데…”

엔티타스가 모험가로서 그를 바라봤다면, 스와렌은 반갑지 않은 사람을 보는 기분으로 가주를 바라보았다. 세상 밖에 나간 것은 잠깐에 불과했기에, 상대는 생각도 않는 그런 솔직한 표정.

“그 기분 알아요? 나는 듣지도 못 한 형제가 있다고 듣게 된 순간의 감정. 제가 도련님 이야기 들을 때, 딱 그 느낌이었어요.”

“제가 형제처럼 느껴졌어요?”

“주인님은 저를 하인 이전에 자식처럼 여겨주시기도 했거든요. 근데 그 이유가 헤어진 당신을 볼 수 없어서라니, 솔직히 좀 질투났다구요! 나는 나인데, 자꾸 도련님만 투영하고!”

정작 동생은 따로 있는데, 자신도 모르던 옛 사용인까지 자길 형제처럼 여겼다니. 조금 당황한 엔티타스였지만 눈앞의 그는 당황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서… 궁금했던 것도 맞아요. 죽음의 위기 속에서 헤어졌는데도 주인님은 당신이 살아있으리라 굳게 믿고 계셨죠. 잘 자랐을거라고, 제 아버지를 닮았으니 멋지게 컸을거라고… 재해 때까지도 그렇게 믿으셨을거예요. 뭐, 궁금해놓고 제가 떠난 건 당신이 저택에 관심을 두지 않은 것처럼 보여서 그랬던 거지만요.”